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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태일의 열사의 외침,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가 34년이 지난 오늘에도 유효한 것은 노동현장에서 최소한의 법적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시장에서의 지위가 취약한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는 노동법을 위반하는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문제제기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청년 ․ 알바노동자 또한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은 현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행정의 권한을 통해 사용자가 법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 그것이 노동행정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다.

그러나 관할 업체의 규모에 비해 정부가 고용하고 있는 근로감독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근로감독이 시행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고용노동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자료(표1)를 보면, 근로감독관 실무인력 1인이 관할해야 할 사업장의 평균적인 개수가 2014년 6월 기준으로 1,736개다. 1인 당 사업장의 수가 무려 2,000개를 넘어서는 지청이 전국에 10개나 된다. 근로감독관의 수가 얼마나 심각하게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지표다. 2012년 자료부터 연도별로 살펴보면, 시간이 흘러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신고사건의 접수건수를 봐도 마찬가지다. 2012년 8월 말 기준 신고사건의 접수건수는 215,285건으로 당시 근로감독관 현원과 비교해봤을 때 1인이 평균적으로 200건 이상의 사업을 맡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감독관 1인이 담당해야 할 사업장과 신고사건의 수가 많아질수록 업무는 과중해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도 없진 않겠으나, 이대로라면 노동법 집행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할 근로감독관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

다음으로 고용노동부의 연도별 근로감독 현황 자료(표2)에 따르면, 근로감독을 통해 노동법 위반을 적발하는 비율은 80%를 넘어선다. 법을 무시하는 현장의 관행이 그만큼 팽배하다는 사실과 동시에, 근로감독이 실제로 효과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근로감독이 계속 확대되어도 부족할 판에 최근 들어 근로감독 실시업체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표2) 2012년에는 31,048개 업체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이 실시되었으나, 2013년에는 22,245개 업체로 줄어들었다.(28.35% 감소) 2014년 상반기 근로감독은 5,845개 업체에 불과해, 하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작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근로감독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시작한 이래 노동행정이 제 몫의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노동법도 노동권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그 틈새에서 수많은 사용자들이 너무나 당당하게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상시적인 근로감독의 그물망이 우리가 지금 일하고 있는 이 현장에까지 촘촘하게 펼쳐져야 한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용자를 곧바로 적발해내고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법적용의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본적으로 근로감독관의 고용을 꾸준히 확대하는 한편, 실질적 권한을 가진 ‘명예근로감독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61조에 규정되어 있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사례처럼 근로기준법에 관련조항을 신설하여 법적 근거를 만들 수 있다. 현장의 사정에 밝고 의지가 있는 명예근로감독관을 대규모로 선발하여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거쳐 현장에 투입한다면, 큰 효과를 낳을 것이다. 

노동법 집행은 근로감독에서 시작한다. 정부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사실상 노동법 집행의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다. 있는 법부터 제대로 집행하자. 

7월 24일

청년유니온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자료 링크 : www.opengirok.or.kr/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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