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이 죽음, 너무 쓰고 아픕니다”
–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떠난 20대 계약직 청년의 삶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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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의 경제단체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20대 청년이 정규직 전환의 희망이 사라지고 해고 통보를 받은 후 한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9월 26일의 일입니다.
초과근무, 휴일근무, 비정규직 신분의 불안과 사내 성추행…. 이 모든 것을 견뎌왔습니다. 웃는 낯으로 출근하기가 두려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그를 붙잡은 것은 곧 정규직으로 전환 될 것이라는 기업 간부의 약속이었습니다. 이 약속에 모든 것을 견뎌왔던 그는, 희망이 무너진 자리에서 결국 자신의 삶을 내려놓았습니다. 먼저 떠나게 되어 어머니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와 함께 말이죠.
누가 이 죽음 앞에서 ‘정규직 전환이라는 약속을 믿었냐’며 비웃음을 남길 수 있을까요. 이 죽음의 이면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불안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능력과 경험을 아무리 쌓아도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비정규‧계약직 일자리 뿐입니다. 내일을 기대해도 좋을 삶, 어쩌면 정규직이라 불리는 절박한 삶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는 모욕감만을 안겨주었습니다. 노동유연화, 경제성장, 효율성, 어쩔 수 없는 희생 따위의 단어를 들먹이면서 말이죠. 다들, 참, 잘나셨습니다.
우리는 이 사회의 잔혹함을 숱하게 견뎌왔습니다. 지금도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 사회에 발 딛고 일어선다는 것이, 너무 쓰고 아픕니다. “남 탓 할 필요 없이, 네가 더 열심히 살면 되잖아”라며 외면 받는 우리의 고통이, 너무 쓰고 아픕니다. 위기의 청춘이 보내는 불안한 신호에 이제는 우리 사회가 반응해야 합니다. 
“당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 “이제 그만 견뎌도 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는 잔혹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서 몸부림쳤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4. 10. 8.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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