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1시간은 6030원보다 귀하다”
[웹디자이너조합원이 보내온 동료인터뷰]

“문득 문득 너무 힘들고 그만두고 싶은데, 다른 데 가도 더 나은 곳이 없을 것 같아서요.”

직장동료 A씨와 점심을 먹으러 들어 간 국수집.
제일 저렴한 메뉴는 칼국수 6,500원.
역시 최저시급을 훌쩍 넘는다. 한 시간 일해서 밥 한끼 사 먹을 수 없다는 건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분하다. 대체 얼마나 일을 해야 근심없이 삼시 세끼를 먹을 수 있단 말인가.

한 달 지출 중 가장 많은 것이 뭐냐고 물었다.
A씨는 아니나 다를까 “식비요!” 라고 얘기했다. 회사 근처 국수 한 그릇 값만 봐도 그렇겠구나 생각이 든다.

일 마치고 저녁에 친구들만나 맥주라도 한 잔하며 회포를 푸려면, 수 만원이 나가니, 사실 친구들 한번 만나는 것도 큰 각오를 해야한다는 현실이 참 서글프다..

“그래도 전 아직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아서 지출이 큰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조금씩 저축도 하고… 근데 학자금 대출이 진짜 나빠요. 
3번 대출받았는데, 취업하고 나니까 바로 제 돈을 빼가더라고요.”

“한 달에 얼마나 나가요?”

“20만원 좀 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난 번에 모아둔 적금으로 한번 갚아서 500만원 밖에 안 남았어요. 500만원.. 근데 저축을 해도 다 갚아야 할 돈이니 제 돈 같지도 않고..”

일 년에 천만원을 육박하는 대학교 등록금이다 보니 요즘엔 사실 학자금 대출없이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는 것은 진짜 엄청나게 운 좋은 사람이란 생각까지 든다.

빛나는 졸업장과 함께 창창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 청년들이,
빚 남은 졸업장과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사회생활은 너무 암울하다. 생각해보니 8학기를 대출하는 경우라면 불혹, 어쩌면 그 이후에도 학자금 대출의 족쇄에 채워져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우리 회사의 근무시간은 9시에서 6시다.
“6시에 퇴근한 적 있어요?”

야근이 많은 회사다 보니, 야근 많이 해요? 가 아닌 6시에 퇴근한 적이 있냐고 물어보는 게 답변이 더 구체적일 것 같아서 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충격적인 답변일 것 이다.

“네. 입사하고 3일 정도? 그리고 생일날이요. 근데 생일이 주말인 적도 있어서 거의 없어요.”

근로계약서는 9 to 6가 분명 명시되어있지만, 1-2시간 야근은 관행이라 부른다. 일 년에 단 하루 6시 땡에 퇴근할 수 있는 날이 있다. 본인의 생일. 직원들은 이 날 만큼은 칼퇴근을 위해 낮부터 일처리와 눈치보기에 바쁘다.

그러면 야근이 많은 대신 수당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야근이 많은 IT업계는 많이들 그렇다고 들었는데, 역시 우리 회사도 기대를 저버리지않고 트렌디하게 포괄임금제다. 연봉에 시간 외 근무 수당을 포함시켜 6시에 퇴근 하든, 10시에 퇴근하든 매달 받는 임금은 똑같다는 얘기다.

그럼 연봉이 높을까?
그럴 리가 없다.
마침 급여명세서를 받은 날이라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시간 외 수당 뿐 아니라 식대 같은 것도 연봉에 포함되어 있죠?”
“네. 식대랑 교육비요.”
교육비 항목이 의아해서 명세서를 좀 더 찬찬히 들여다봤다.

‘젠장.’
올해 초부터 회사에서 일학습병행제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그 이후부터 월급 중 ‘40만원’이 다른 통장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나뉘어 들어오는 게 불편하긴 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이 교육비 항목을 보고 나니 알 것 같다.

일학습병행제를 하면서 정부에서 지원받는 직원들의 교육비를 직원 임금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명세서에서 식대, 시간 외 수당, 교육비 등을 뺀 기본급 항목을 보니 100만원을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한 번도 최저임금 당사자라고 생각해본 적 없죠?”

“네. 전 그래도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억울해요.”

“네, 사실 야근도 많이 하는데 8시간이 아니라 실제 근무시간으로 따져보면 최저임금도 안될 거 같아요.” 곧바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그렇다. 어휴.

“회사 생활하면서 어떤 게 가장 힘들고 빡치나요?“

“연차 없는 거요!”

그래, 우리 회사 근로환경의 백미는 ‘연차가 없는 것’이다. 공휴일과 명절 등 빨간날을 모두 연차에서 까는 방식이다. 이게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날은 정말 충격이었다. 하루 쉬고 싶다면 지인 한명을 저 세상으로 보내거나, 아파 쓰러질 연기라도 해야 될 참이다.

“일은 안 힘들어요?”

“일은 재밌는데 제가 아직 능력이 안되는 것 같은데 후배들을 케어해야 할 때 너무 그만두고 싶어요.”

“맞아요. 경력직들은 힘들어서 몇 년 지나면 바로 나가고, 인력을 보충해야되는데 신입·인턴이 정부에서 임금 지원도 많이 해 주고, 적은 임금으로 쓸 수 있으니까 계속 신입만 뽑고, 그 직원들 가르쳐주고 케어는 다 1-2년차들이 해야 되니까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저 어느 날엔 너무 힘들고 화가 나서 입맛도 떨어져서 할 말도 잃고, 밥도 안 먹었어요.”

“이직 생각은 안 해봤어요? 힘든데 안 그만두고 계속 다니는 이유는 뭐에요?”

“다른 데 가도 더 나은 곳이 없을 것 같아서요… 이 업계가 다 그러니까…”

※우리의 일터, 생활이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올려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우리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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