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민수 올림.


1. 내일부터, 아니 자정을 넘겼으니 오늘부터 3일 연속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개회 됩니다. 법정시한(28)을 넘기고 1주일 가량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변수는 남아 있으나, 앞으로 사나흘 안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최근 몇 년 사이, 최저임금을 인상을 바라는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유력하게 다루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합원들과 캠페인을 하다 보면 거리에서 마주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한결 따뜻합니다. ·고령층에 해당하는 시민들이 캠페인 부스를 찾는 빈도도 높아졌습니다. 10대 청소년과 20대를 중심으로 서명판이 북적이던 예년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최저임금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3. 반가워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단결과 협약이라는 울타리 바깥에 놓인 채 오늘의 곤란함과 내일의 불안함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빈곤의 위협에서 서로를 지켜 줄 안전망이 없으니 의지할 구석은 최저임금으로 상징되는 국가제도 변화뿐입니다.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전향적인 요구는 더 나은 삶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기대를 자양분 삼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4. 그러나 이러한 열망을 끌어안아야 할 최저임금위원회는 답답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사 양측은 1만원과 동결(6030)이라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핵심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익숙한 풍경입니다. 청년노동을 대표하여 2년 차 임기를 맞은 노동자위원으로서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 이와 같은 모습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었을 생각을 하니 참담하고 아득합니다.

 

5. 저도 사람인지라, 오늘날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과정이 고통스럽습니다. 최저임금은 용돈벌이 삼아 취미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이라고 주장하는, 현재 최저임금이 너무 과도한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구조조정을 앞세워 경제위기를 논하는 대기업경영계의 뻔뻔함에 상처를 받습니다. 최저임금의 결정 과정을 민주적이고 책임 있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정해진 결론으로 나아가는 요식행위로 취급하는 정부 측 위원들의 한가함에 모멸감을 느낍니다. 매 주 서울역에서 오송역으로 떠나는 KTX와 오송역에서 정부청사를 향하는 직행버스에 앉아 고뇌하고 또 고뇌합니다.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 앞에서, 노동자위원이 가져야 할 책임과 소명은 무엇인가.

 

6. 최저임금위원회 안쪽 구석에 있는 딱딱한 의자는 저의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고통과 내일의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 노동자의 자리입니다. 일터에서 자부심을 빼앗긴 채 하루하루를 견뎌가는 여성 노동자의 자리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빌 언덕이고,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일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절실함입니다. 영세한 자영업자와 빈곤한 노동자의 상생이 합의되어야 할 민주주의의 자리입니다.

 

7. 지난 두 달, 청년유니온의 동료 조합원들과 함께 전국의 청년 노동을 만났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서로의 노동에 경의를 표하며 최저임금 인상의 공감대를 나눈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노동자위원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제가 신뢰하는 것은 저 자신이 아니라, 청년유니온 창립 이후 지난 6년 동안 최저임금 운동을 함께 만들어 온 사람들의 따뜻한 진심입니다.

 

9.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두렵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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