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보내는 편지 (4)

묵언수행과 케 세라 세라(qué se·rá se·rá)

 

1. 지난 4일부터 6, 최저임금위원회가 3일 연속 개회 되었습니다. 법정시한(28)1주일 가량 넘긴 시점이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경영계 위원들은 20시간이 넘는 3일의 회의 동안 묵언수행에 들어갔습니다. 회의장에서 말을 하지 않은 것이죠. 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요.

 

2. 시간을 거슬러 627일 제6차 전원회의로 돌아갑니다. 자정 가까이 이어진 이 날 회의에서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이루어집니다. 1) 경영계가 요구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안은 부결 되어 내년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2)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임금 월급 단위 결정은 일부 수용 되어 시급으로 결정하되, 고시홍보 할 때에 월급을 병행 표기하기로 의결 되었습니다. 3) 사 양측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요구안을 제출했습니다. 노동계는 시간당 1만원, 경영계는 시간당 6030(동결)을 제시했습니다.

 

3. 노사의 요구안이 제시 되면 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가 운영 되어 온 지난 28년 동안 고착화 되어 온 협상패턴이 있습니다. 사가 최초로 제출한 요구안을 기점으로 조금씩 금액을 변화시켜 수정안을 냅니다. 막판까지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자신들의 안을 내고 표결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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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철학과 가치가 토론 되고 국민적 공감을 모으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저 노동계가 얼마를 깎았다, 경영계가 얼마를 높였다, (사실상)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공익위원들이 얼마를 제시했다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압력을 모으기도 어렵습니다.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지만,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회는 여전히 28년 전 시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부끄럽고 아득합니다.

 

5. 올해 노동자위원들은 그간의 협상패턴을 반복하지 말자는 입장을 세웁니다. 수정안이라는 숫자에 매몰되기 보다는, 요구안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충실하게 토론하자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3번의 전원회의에 걸쳐 지난 30년 동안 한국사회의 불평등이 얼마나 심화 되었는지를 진단하고, 이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증언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경영계의 동결안을 비판하며>

– 8차 전원회의(4), 홈플러스노동조합 안현정 부산본부장

 

전에도 이야기 드렸지만, 내가 홈플러스에서 10년 일한 최저임금 노동자이다. 1 딸아이 혼자 키우는데 최저임금으로 감당이 안 된다. 세금 떼면 115만원, 120만원이다. 홈플이 10년 전에는 최저임금보다 천원 정도 높은 시급을 쳐줬는데, 요즘은 딱 최저임금이다. 경영계에서 말하는 최저임금 영향률이 너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내 얘기인가 싶다.

 

여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노동자가 500만명이다. 하는데, 500만 명이 어떤 숫자인지 감도 안 온다. 두리뭉실하게 통계 이야기 하면 어렵기만 하고 당사자는 사라지는 거 같다. (공익)위원 분들은 최저임금 결정하면서 영향률이 어쩌고, 미만률이 어쩌고, 빈곤탈출률이 어쩌고 하는데. 내 삶을 저렇게까지 분석할 수 있다는게 참 놀랍다.

 

경영계에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지금 10년 째 동결 내고 계신다. 안현정 위원은 이 돈(6030) 그냥 받고 사세요. 라고 말하는 거 같아서 기분 나쁘다. 수정안 내겠다고 하시는데, 그냥 막 내지 마시라. 여기 있는 저한테 안위원 이 정도로 살아보세요.’라는 마음으로 수정안 내시라.

 

 

<청년의 시각에서 본 최저임금>

9차 전원회의(5),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지금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이 진행되고 있고 오늘이 20일 정도가 된다. 저는 한끼만 안 먹어도 괴로운데 20일동안 단식이라는 것이 어떤 고통인지, 그 절박함이 무엇인지 헤아려야 한다.

 

보통 2가지 측면, 지금 생활에 대한 곤란함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최저임금은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임금 노동자의 가계부를 분석해놓고 보면 가장 적은 항목이 어디있냐면 교육비 문화비 의료비 저축비이다. 120만원으로 살 수 있냐 물어보시면 컵라면에 고시원에서 살아남는다. 말그대로 살아남는거다. 청소년, 청년기가 미래로 나아가는 시기라면 보다 최저임금을 넓게 봐야 한다.

 

당장의 생존을 넘어서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무엇을 하며 살겠다는 내면의 단단함을 구축해야하는 시기에 그걸 못한다. 최저임금이 용돈이나 잠깐 지나가는 노동으로 보면 안된다

 

한국 대학진학률 많고 높다보니 미스매치 많이 언급하셨는데 추세적으로 대학진학률 떨어져 최근 70% 10명중 3명꼴 대학진학 안해 보통 대학진학 스펙쌓고 면접보는 사람들 상정하지만 적지 않은 비중이 바로 노동시장으로 진입한다. 가장 많이 특성화고 30%정도인데 바로 취업전선 늘어나고 있다. 외면할 수 없는 청년의 삶이다.

 

빈곤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오늘의 생존에 급급하지 않도록, 더 넓은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수준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6. 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납니다. 노동자위원들이 절실하게 토론을 하는 동안 경영계는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 분들이 회의장에서 하는 이야기는 밥 언제 먹습니까”, “15분 쉬었다 합시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노동계가 수정안을 내지 않으니, 지금의 토론은 없고,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경영계의 논리입니다. 임금 수준에 대한 간극을 수정안을 통해 좁히자는 경영계의 주장은 형식논리로는 이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회의장 안에서의 토론이 의미 없다며 묵언수행에 들어가는 것은 최저임금위원으로써 무책임한 행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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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를 촉진시키고 노사의 토론을 조정해야 할 공익위원의 역할도 아쉽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토론을 벌이며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데 박준성 위원장은 그저 지켜보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말마따나 시간이 얼마 없는 데 말이죠. 케 세라 세라(qué se·rá se·rá)라는 스페인 격구가 있습니다. “될 대로 되라”,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뜻입니다.

 

8. 저는 경영계의 묵언수행보다 박준성 위원장의 케 세라 세라를 더 비판적으로 봅니다. 물론, 공익위원으로 위촉 된 교수연구자전문가들이 노사의 첨예한 갈등을 조정할 권한이 충분하다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 공익위원의 책임이 막중한 만큼 적극적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9. 공회전을 거듭하던 최저임금위원회는 이제 11, 12일로 이어집니다. 지금의 최저임금위원회는 중요한 경제정책의 결정을 전면에서 책임져야 할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자리를 비우고,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며, 교수는 그저 지켜보는 형국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함께, 28년 동안 고착 되어 온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대한 변화도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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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송정근

    전국노동자 총파업이라도 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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