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보내는 편지 (5)

던져진 주사위

 

1.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팽팽합니다. 경제위기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말하는 경영계, 인간다운 삶의 최저기준 보장을 말하는 노동계, 공익을 표방하며 노사의 자율적인 합의를 말하는 정부 측 위원들의 밀고 당기기는 628일 법정시한을 훌쩍 넘기고 7월 중순에 이르렀습니다. 2001년 이래 가장 긴 회기입니다.

 

2.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고용불안과 노동빈곤이 일상이 되면서 최저임금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정치권은 너나 할 것 없이 최저임금 인상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는 녹록치 않았습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그동안 가파르게 인상되었고, 이제는 안정을 도모할 시기라며 완강하게 버텼습니다. 정부 측 위원들도 일견 경영계의 주장을 긍정하며, 사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 합의지점을 조직하기 보다는 기계적인 중립을 표방 했습니다.

 

3.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형식적인 관성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 창립한 청년유니온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 청년 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고 2015년 실현 되었습니다.

 

4. 이전 시기 같으면 적당히넘어갔을 안건들이 매번 쟁점으로 충돌합니다. 최저임금의 투명한 공개, 위반 사업장에 대한 교육과 감독의 강화, 최저임금 결정의 근거가 되는 통계치의 개선,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 된 소상공인 지원 방안.

 

5. 최저임금위원회를 관심 갖고 바라보는 이 많아졌습니다. 회의장에 참여하는 당사자 위원들의 절박함은 매우 큽니다. 28년의 관성으로 굴러 온 최저임금위원회는 당사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이제는 청년 당사자의 더 넓은 참여와 새로운 도약을 고민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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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여곡절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712일 회의까지 노동계와 경영계의 임금요구안은 첨예하게 평행선을 그었습니다. 628, 사의 최초 요구안이 등장하고 보름 동안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다양한 토(묵언수행을 포함해서)이 이루어졌지만 접점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7. 12차 전원회의, 712일 밤 1110분 경 정부 측 위원은 2017년도 최저임금 심의 구간을 제시합니다. 사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니, 이 구간 안에서 협상을 이어가라는 의미입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 측 위원 이장원 간사는 어수선한 음성으로 심의구간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2017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구간]

6253(3.7% 인상) ~ 6838(13.4% 인상)

 

8. 지난 두 달 동안 세종시를 들락날락거린 시간과 풍경들이 스쳐 갑니다. 회의가 있는 날이면 청년유니온이 주장해 온 세 가지 문장을 주문처럼 떠올렸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저임금이 되어야 한다. 소상공인과 갈등이 아닌 상생을 말해야 한다. 약자의 고통에 관대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심의구간은 슬픈 숫자의 나열로 우리 앞에 주어졌습니다.

 

9. 안타까운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긴 여정은 이제 15(13차 전원회의) 자정을 전후하여 마지막 페이지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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