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 조합원 조명 프로젝트 첫번째!

서경원


기록 : 바람&서희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청년유니온 사람들이 좋아서 활동하게 되었고요. 동네모임지기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했던 서경원이라고 합니다.

 

Q. 청년유니온 첫인상과 활동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세 번의 첫인상이 있어요


첫 번째 첫인상은 청년유니온(이하 청유) 창립기사예요. 막연히 노동자가 존중받고 청년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청유 창립을 소개한 기사를 보며 희망을 느꼈죠. 우리 세대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생겼다는 것, 노동조합이라는 것, 여성 청년이 리더라는 것 모두 신선한 충격이었고 마음이 설렜어요. ‘오래 갔으면 좋겠다’며 지지하게 됐어요. 하지만 그때는 청유는 가끔 생각나는 단체였죠.


두 번째 첫인상은 직장생활이 힘들어 퇴사하고 힘들어하던 시절 청유 소식을 봤을 때 느꼈던 인상이에요. 직장생활 하나 못한다며 스스로를 비하했고 한동안 제 방안에만 있었죠. 마음이 진정된 후 다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궁금했고 기사를 검색했어요. “청년단체”, “청년정책”을 검색하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기사, 사진, 활동후기를 보게 됐어요. 또래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을 하는 게 신기했고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죠. 이후 서울에 있는 알바자리를 구하고 집을 구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도하게 되죠.


세 번째 첫인상은 신입조합원모임이었어요. 처음 보는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마치 알던 사람인 것처럼 반겨줘서 고마웠어요. 사람들과 얘기 나누면서 저와 가치관, 세계관이 비슷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까지도 비슷하다고 느꼈고 제가 이 조직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Q. 그러면 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저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았어요. 불합리한 사회구조 때문에 소외되었다고 생각해서 항상 억울했죠. 제 자신에게도 불만이 많았어요. 나이는 20대 후반인데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다 일에 적응 못해서 퇴사한 나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생각했죠. 청유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사회에 대한 시선, 제 자신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어요. 청년정책모임에 참여하면서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었고 그렇게 노력해서 사회가 이만큼 변화했다는 걸 느꼈어요. 동네모임과 각종 기획에 참여하면서 저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각자의 노동과 각자의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면서,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청년을 위한 조직이지만 청년 뿐 아니라 다른 세대도 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 가치관을 배우게 됐고 제 자신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조금 더 사람을 존중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Q. 참여했던 활동(사업) 중에 기억에 남는 순간

첫 번째는 동네모임이에요.

“조합원들께 송년 편지를 쓸까?”,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먹을까?” “피크닉을 한다면 어디에서 할까?”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기획회의 했던 게 재밌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네요. 조합원들의 일상과 일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서울성곽에서 팥죽 먹으면서 얘기했던 것, 북서울꿈의숲에서 두명 씩 짝지어 점프하면서 인생샷을 찍고 그 장면을 보며 원 없이 웃었던 거, “서식당”이라는 일일분식점을 열어서 떡볶이 파티를 했던 거, 모두 기억에 남는 순간이네요. 


두 번째는 촛불집회예요. 3개월 동안 주말마다 나갔거든요. 추운 겨울 너무 힘들었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웃음).

그렇게 길바닥에서 함께 했던 경험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요. 세상을 변화시킨 백만 명 중에 한 손을 보탰다는 그런 뿌듯함이라고 할까요? 집회 하면서 조합원들께 어떻게 연락할 건지, 어디서 모일 건지 기획회의 했던 것도 굉장히 기억나네요. 그러고 보니 기획회의 했던 게 굉장히 좋은 추억이었네요(웃음).


 

Q. 청년유니온 10년 역사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손꼽는다면?

길거리에서, 카페랑 편의점에 방문해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알리며 캠페인 했던 장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 보시라고 우리의 목소리를 편지에 담았던 장면을 손꼽고 싶어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가 계속 꾸준히 노력했다는 게 소중하게 느껴져요. 

 

Q. 앞으로 청년유니온에서 경원님이 해보고 싶은거나 아니면 청년유니온이 이것을 더 해봤으면 좋겠다 하는 기대하는 것들이 있나요?

청년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라고 느낄만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노동상담을 비롯한 상담은 모든 청년에게 필요한 거 같아요. 법률 지식을 알리고 분쟁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 줄 뿐 아니라 직장생활에서 나의 자존감을 지키고 나의 노동을 존중하는데도 힘이 될 거라고 생가해요. 일하다가 상사에게 혼나고 일 잘하는 동료랑 비교 당하다 보면 왠지 내가 일을 못하는 거 같고 인정받기 위해 엄청 노력해야 될 것 같잖아요. 상담을 통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자기의 실제모습, 자기 생각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노동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상담을 통해 ‘아! 내가 일하는 거 자체가 굉장히 소중한 활동이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거구나!’, ‘오히려 내가 회사에 헌신하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자리든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들을 청유에서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고 그런 활동을 해 보고 싶어요.

 

Q. 경원님께 가장 인상깊은 노동경험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패스트푸드점 매니저를 했던 경험이에요.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열심히 일해서 매니저들한테 인정받고 매니저를 해 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런데 당시 매장 점장이 바뀌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매니저가 되었죠. 일은 잘하고 싶은데 모든 게 미숙했죠. 일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몰라 제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일 끝나면 빨리 업무교대 해야하는데 인수인계 하는 것만 두 세 시간 걸리고, 식품 유통기한 체크하는 것처럼 기초적인 업무도 제대로 하지 못해 선배매니저에게 혼나는 제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어요. 퇴근 후엔 자발적으로 선배매니저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워보려 했지만 배워지지는 않고 몸과 마음은 지쳐갔어요. 그러다 무단 퇴사했어요. 

이 사건이 제겐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선배매니저들도 혼내면서도 격려해주었고, 부모님뻘 동료부터 고등학생 동료들까지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에서 일했거든요. 근데 내가 힘들다고 말도 없이 숨어버렸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컸어요. 그 후로 지금까지 제 고향을 잘 못가요. 이 사람들과 마주치는 게 두려워서요.

정말 아쉬워요. 너무 잘하려고 하지만 않았더라면 계속 일 했을텐데말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자신이 힘들다는 걸 제가 알아주지 못해서 자기를 채찍질했고, 결국 스스로 지쳐버렸던 거 같아요. 그때 노동상담 받았더라면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Q. 그때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꺼 같은데요.

사실 한 차례 무단결근 했다가 업무 복귀를 한 적이 있거든요. 모든 직원들이 용기내 줘서 고맙다고 했고 점장님도 일주일 쉬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는데, 미안한 마음에 없는 힘 쥐어짜서 일하다가 한 달 만에 또 무단결석을 했어요.

‘난 안될놈이야’, ‘난 끝났어’ 하면서 숨어 버린거죠. 힘들어하던 제게 격려해 준 직원 분들에게 여전히 고맙고, 숨어버려서 지금도 미안해요.

그때 같이 일했던 분들이 지금 어디에 있든 자기 자신의 노동을 소중히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Q. 나에게 청년유니온이란 어떤 곳인지?

처음에는 ‘오랫동안 찾아왔던 친구’였어요. 청유에서 어렸을 때부터 만나고 싶던 모습의 사람들을 만났고, 하고 싶던 활동을 했으니까요.

지금 돌아보면 ‘항상 곁에 있는 친구’예요. 생업에 바빠 다른데 정신 팔려 있다가도 뒤돌아보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친구요. 그 생각을 할 때 청년유니온이 정말 고맙고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 느껴요. 

 

Q. 청년유니온이 10주년을 맞이했어요. 축하 한마디 해주세요.

우리 그동안 잘 잘 컸네요(웃음) 우리가 잘 컸다. 우리 잘 컸네요.

 

Q. 어떻게 잘 큰거 같아요? 어떤 모습을 통해 잘 컸다고 볼 수 있을까요?

더 나은 나의 삶, 더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작당모의도 하고 여러 가지 궁리를 했던 시간을 통해서 우리가 많이 성장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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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조조’는 조합원 조명 프로젝트의 줄임말로, 청년유니온의 열 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청년유니온 10주년 기획단 <온열즈>가 기획했습니다. 그동안 청년유니온의 다양한 활동에 함께해왔으나, 많이 조명되지 않았던 조합원을 만나 인터뷰할 예정입니다. 활동하게 된 계기, 기억에 남는 순간, 조합원이 생각하는 청년유니온의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나누며 10주년을 축하하고 싶습니다.  

‘조조’인터뷰는 남은 2020년에 계속 업로드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혹시 내 주변에 조명하고픈 조합원이 있다면 아래 링크로 신청해주세요!

bit.ly/조합원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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