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과로사가 아닌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

노동자의 업무속도를 체크하며 속도가 느리면 추궁하거나 다음에 일할 수 없다고 하는 물류센터가 있다. 노동자는 업무 속도를 체크 당하며 보호대 없이는 걷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물량을 옮겼다. 코로나 19 이후 늘어난 업무에 인력 충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으나 사업장에서는 2년을 근무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주5일 출근은 물론 주말에도 요청이 오면 거절을 할 수 없는 이유였다. 일하는 1년여 기간 동안 그의 체중은 15kg이 감소했다고 한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씻으러 들어간 그는 욕조에서 웅크린 채 발견되었다. 그렇게 깨어나지 못한 27살 청년 노동자의 사망 앞에서 쿠팡은 과로사가 아니라 말하고 있다. 쿠팡은 고인이 최근 3개월 동안 주당 44시간을 일했다고 항변했다. 44시간의 근무시간이 어떻게 산출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뒤로하고 묻는다. 쿠팡의 주장대로 장시간 근로가 아님에도 걷기 힘들 정도로 무릎이 망가지는 노동, 속도를 체크하면 노동자를 압박하는 노동, 엄청난 체중감소가 동반되는 노동, 정규직 전환을 말하며 사실상 연장근로를 거부할 수 없는 노동, 코로나19 이후 물량이 늘어난 것은 자명함에도 인력충원이 되지 않는 노동 그리고 이어진 사망. 이 사망 앞에 과로사가 아닌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사망, 특히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이 반복되고 있다.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해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모범사례가 된다고 해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스러졌다는 현실은 변함이 없고 심지어 수 차례 반복되기까지 했다. 과로사라 칭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은 회사를 위해 일했던 고인에게 예를 갖추는 것, 노동자의 사망원인을 밝히고 노동 현장에서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뿐이다.

쿠팡에 촉구한다. 과로사 책임의 전가를 멈추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았을 청년노동자의 죽음 앞에 책임을 다하라.

2020년 10월 19일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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