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 전태일 50주기 성명]

청년이 일하다가 죽지 않는 사회, 청년의 일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그것이 2020년의 전태일 정신 계승이다.

전태일 열사가 불꽃으로 산화한 지 50년이 지났다. 한국사회가 넘어 온 격변의 세월만큼이나 전태일은 단지 역사 속에 남겨진 이름 석 자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태일의 문제인식과 실천은 50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여전히 우리 주변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받아야 하기에, 노동력을 파는 것인데 인격까지 모독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기에, 내 동료에게 벌어지는 부당한 일을 목격했기에, 일터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에 맞서기 위해,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다’며 겪게 되는 불합리를 속으로 삭이면서도, 우리는 늘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크고 작은 싸움을 벌여왔다.

기억해야할 것은 이러한 각자의 싸움에서, 혹은 그런 싸움도 제대로 벌여보지도 못한 채 스러져간 청년들이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고귀한 희생정신과 그의 죽음이 열어젖힌 변화들을 기억할 수 있지만, 오늘날 청년들의 죽음 앞에서는 어떤 울분과 슬픔에 휩싸이고는 한다. 그런 울분 속에서 우리는 6년 전, 청년의 삶을 파괴하는 블랙기업에 맞서겠다고 외쳤지만, 그 후에도 수많은 청년들의 죽음을 마주하며 넘어와야 했다. 구의역과 tvN, 에스티유니타스와 태안화력, CJB청주방송과 쿠팡물류센터, 그리고 청년실업의 현실 속에서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보이지 않게 스러져간 수많은 청년들까지, 한국 사회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할 권리는 여전히 멀게 만 느껴진다. 2020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년유니온도 초심을 되새긴다. 코로나19로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치닫는 청년고용위기, 월급 90만원을 주고도 적반하장이 다반사인 어시스턴트의 일터 등의 노동법 무법지대, 고용형태를 마치 신분으로 여기며 구별 짓고 차별하는 ‘공정 담론’, 그리고 불안하고 취약할수록 더욱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 방치하는 법·제도까지. 지난 10년 동안 그래왔듯이 이 모든 것들에 당당하게 맞서 끈질기게 싸워나갈 것이다. 그것이 매일매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싸움에 반응하는 것이며, 그것이 청년유니온이 실천해야 할 전태일 정신이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13일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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