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사무국장이 청년유니온 20주년에 남기고 싶은 말

조금득_청년유니온 1기 사무국장

안녕하세요. 청년유니온 1기 사무국장 조금득입니다. 제가 청년유니온과 인연을 맺은지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그 사이 저는 쉰네살이 되었고 제 딸은 열살이 됐어요. 세월이 참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이 됩니다.

처음 청년유니온을 추진했던 2009년은 IMF이후 계속된 경제위기에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쳐서 청년들에게 너무 가혹한 시기였습니다. 그 시기 청년들은 무한 경쟁과 88만원 세대를 비롯한 각종 세대론에 갇혀 점점 목소리를 잃어갔죠. 그런 현실을 뚫고 청년유니온이 탄생했고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세대별 노조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참 따뜻하고 신났던 기억들이 떠오르는데요. 무엇보다 같은 새대 청년들이 만나 서로 보듬고 위로했던 기억이 따뜻하게 남아있습니다. 어디에서도 말하지 못했던 노동의 고단함, 사장 욕, 나중엔 ‘내가 더 찌질하고 힘들다’라면서 루저 경쟁까지 했어요. 유쾌했죠. 한 조합원이 했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이렇게 위로가될 줄 몰랐다.”

그랬습니다. 청년유니온은 당시 함께했던 청년들에게 존재 자체가 혜자스러웠달까요. ㅎㅎ 커뮤니티 유니온을 지향했던 만큼 조직 문화도 민주적이고 자유로웠습니다. 그렇게 모인 청년들은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청년 노동 이슈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투쟁은 ‘주휴수당 지급촉구’ 투쟁입니다.

이 투쟁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 시작이 조합원의 노동 이슈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인데요. 노동법을 공부하던 조합원 중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던 조합원이 지신이 주휴수당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을 자각하면서 시작됐고, 이를 해결해 보자고 결성된 조합원 모임 ‘원두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축으로 투쟁을 설계하고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대기업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3000명에게 5억 규모의 주휴 수당을 지급했고 청년유니온 최초로 사업장과의 교섭도 진행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저는 이수민 조합원 그녀가 쏘아올린 주휴수당 투쟁을 전설의 투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기억나는 투쟁은 노조설립신고 투쟁입니다. 이 투쟁의 핵심은 구직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었는데요. 구직자는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설립신고를 반려한 고용노동부의 결정에 취업과 실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노동구조 속에서 왜 구직자가 노동자가 아니냐는 물음을 던지고 국가인권위에 제소도 했었습니다. 노조설립신고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27개 지자체에 구직자 1인과 노동자 1인이 팀을 이루어 2인 노조설립신고를 했던 퍼포먼스였는데요. 27개 지자체가 다 반려처분을 했지만 이후 14호. 서울청년유니온이 소송을 해 승소할 수 있었던 시작점이기도 한 의미있고 유쾌한 퍼포먼스였습니다.

이렇게 겁 없는 청춘들의 유쾌한 반란은 이 사회 전반의 노동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노동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참 심장 뛰게 자랑스러웠던 기억이라 20년이 지났지만 이렇게나 생생하네요. 그나저나 청년유니온 여러분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쾌하십니다.

얼마 전에 개봉한 안창규 감독의 ‘청춘유예’ 후속작, ‘청춘유쾌’ 잘 봤어요. 청년들이 청년유니온을 통해 유쾌한 삶을 찾아가는 모습이 다행스럽고 참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고용노동부는 알아서 잘 하는 것 같더라구요? 예전엔 청년유니온이 최저임금, 주휴수당 등 이슈파이팅을 하면 찾아와서 꼭 그랬거든요. “그거 원래 저희가 하려던 건데.” 뒷북의 천재 분들이 이젠 앞장서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원래역할을 해주시니 청년유니온이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아 기쁘네요.

또 유니온센터는 초, 중, 고등학교 수업과 대학 강의를 나가신다구요? 노동교육이 정규 과목이되서 너무 잘 됐고 그동안 정규과목 편성을 위한 노동사회의 많은 분들과 청년유니온의 오랜 노력의 성과라 생각하니 더 뿌듯합니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특히 유니온센터를 처음 이끌었던 한지혜 전 센터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청년유니온 조합원, 집행부 여러분, 20년 동안 청년유니온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여기까지 잘 오셨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고생하셨어요. 한때는 사회의 여러 이해관계와 많아진 역할로 좀 지쳐 보이기도 했고 좀 더 유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러분들만의 방식으로 길을 잘 찾아오신 것 같아요. 존경합니다. 앞으로도 일하고 꿈꾸고 저항하는 청년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계속 함께해 주세요. 저희 딸도 곧 가입 시킬게요~! 청년유니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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