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 소중한 청년유니온, 늘 고맙습니다

오승재_청소년유니온 조합원

청년유니온 창립 10주년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여주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소년유니온 조합원 오승재입니다.

어떤 말을 전해야 좋을지 몰라 밤낮으로 고민하다 마음 속 깊이 간직해둔 에피소드를 하나 나누면서 여러분과 함께 청년유니온 10주년을 축하하고 기념하려 합니다.

2018년 12월 21일, 청년유니온은 송년회에 참석한 모든 조합원에게 상장을 하나씩 주었습니다. ‘귀하는 2018년 ~하였기에 이 상을 드립니다.’ 상장의 제목과 내용은 스스로 채워야 했습니다. 저는 빈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귀하는 2018년 온전히 나를 위해 적금을 들기 시작하여 나답게 살 기초를 마련하였기에 이 상을 드립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2017년 4월부터 2년 가까이 중앙행정기관 계약직과 법률사무원으로 일하며 악착 같이 돈을 모아 자취방 월세 보증금을 마련한 스스로를 격려해주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기준에 비추어 보면 한줌에 불과한 돈이었지만 차별과 해고의 아픔을 딛고 홀로 우뚝 선 스스로가 대견했고 또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고졸 사무원’에게 상 받는 자리는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벌 받는 자리가 익숙했습니다. 잘 몰라서, 잘 못 해서, 잘못 보여서…. 죄목은 참 다양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억울했습니다.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내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데…. 칭찬 한 번 해주지 않는 우리 사회가 미웠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이러한 저의 부족한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공동체였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밝히듯 상장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모든 조합원이 이 문장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당신, 늘 고맙습니다.’

평소 눈물이 많은 편이지만 그 상장을 받고 눈물을 참느라 제법 혼이 났습니다. 세상은 늘 저의 존재를 문제라고 규정해왔습니다. ‘너만 없으면 아무런 문제 없다’, ‘네가 유별나 시끄럽게 구는 것이다’. 그러한 규정이 차별과 혐오, 부당한 압제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정작 세상과 부딪히며 생긴 마음 속 멍과 응어리짐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늘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았고, 강박적으로 삶과 실천의 당위성을 깨달으려 몸부림쳤습니다. 그런 저에게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 늘 고맙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이처럼 분에 넘치는 격려와 지지를 받은 것은 21년 생애 처음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는 청년의 삶 그 한가운데 청년유니온이 있었습니다. 지난 10년 청년유니온은 다양한 청년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에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당신을 지키고,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청년유니온은 기꺼이 투사가 되었고, 협상가가 되었으며, 때로는 광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10주년을 맞이한 청년유니온에게 제가 받은 분에 넘치는 격려와 지지를 돌려주고 싶습니다. 뜬금 없지만 준비해온 상장을 수여하겠습니다. 상장. 성명, 청년유니온.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청년유니온, 늘 고맙습니다. 청년유니온이 있기에 지금의 오승재가 있습니다. 청년유니온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소중한 존재로 늘 우리 곁에 남아주기를 바랍니다.’ 2020년 12월 5일 청소년유니온 조합원 오승재 드림.

앞으로도 청년유니온이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노동조합으로 우리 곁에 남을 수 있도록 조합원으로서 함께 짊어져야 할 짐을 나눠 지겠습니다. 구성원의 소중함을 아는 공동체 청년유니온이 만들어낼 변화를 믿어의심치 않으며, 다시 한 번 청년유니온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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