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사단법인유니온센터 이사장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시장 전망은 올해도 밝지 않다. 매월 고용동향이 발표될 때마나 청년 고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평등했지만, 사람에겐 불평등했다는 말처럼 코로나19는 청년들에게는 더 가혹했다. 지난 1년 정부에서 나름 노력을 한다고 했지만 노동시장의 사각지대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정책과 지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청년, 부당대우에도 직장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 당장 수입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장에서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려는 청년들까지. 이 모두 생계 걱정에 노동시장 이동을 가로 막고 있다. 

취업 준비와 경력 쌓기 위한 휴학 현상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 10년 사이 대학 휴학자 비율은 더 증가 추세였다. 2명 중 1명은 취업문제로 휴학을 한다. 대졸자 10명 중 4명 취업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나마 눈높이를 낮춘 ‘하향 취업’이 반영된 지표다. 어렵게 취업을 하더라도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취업 후 2년 사이에 직장을 떠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소위 ‘묻지 마 취업’은 줄었지만 직장 유지율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노동조건이나 직장분위기, 전망 등이 맞지 않아서다. 

통계 분류상 이렇게 개인적 사유로 직장을 떠나는 자는 ‘자발적 퇴사’로 분류된다. 그 순간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다 보니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자발적 퇴직자는 20대·30대 첫 직장을 선택한 청년들이 더 많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청년들이 384만명(37.8%)이나 된다. 그 중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이기에 고용보험에 누락된 청년들이 170만명(16.8%)이다. 더 큰 문제는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처럼 가입 대상에도 제외된 청년들도 107만명(10.5%)이나 된다. 

사실 불합리한 현실에서 벗어나 보람된 일터로의 이동은 구직·실업급여를 통해 가능하다. 사실 고용보험은 실업 예방 및 고용촉진과 직업훈련을 위해 모색된 제도다. 고용보험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 발생 시 빈곤층으로 전략하지 않도록 실업자들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알바나 비정규직처럼 고용보험 미가입 청년이 생각보다 많다.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더라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또 존재한다. 자발적 이직자는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제한된다. 이직 경험 청년의 약 75%는 자발적 사유다. 결국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청년들의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자발적 이직자의 자격 제한은 13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발적 이직자의 구직급여 적용제한이 가장 강한 나라다. 청년의 장기 실업은 노동시장 이탈 가능성도 있기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 탐색할 수 있도록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제도의 설계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청년생애 1회에 한하여, 수급액을 조금 감액하고, 덴마크(4주), 벨기에(9주), 독일(12주), 프랑스(16주)처럼 수급 자격 유예기간을 적용하면 큰 문제도 아니다. 

물론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한 청년문제가 주로 부각되다 보니, 졸업 이후 문제는 관심 밖의 일이 된지 오래다. 취업 후 어쩔 수 없이 혹은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직장을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고용안정과 임금, 복지 등의 선호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대기업과 공무원이 취업의 전부로 인식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최근 직업선택 기준이 다변화 되고 있는 것도 확인된다. 주위에도 일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 여기고 있는 청년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삶과 가치관의 이런 변화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 현상에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용보험제도는 더욱 그렇다. 예전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비정규직 청년이 화두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각지대라 아니라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고용보험을 납입하고도 ‘자발적 이직’이라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청년을 방치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사회인지 반문해야 한다. 어쩌면 코로나19 시기 재취업과 자기모색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기회와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한 시기일지 모른다. 국가가 사회 밖에 놓여진 청년들을 위해 실업급여 적용대상을 넓혀야 할 이유다.

지난 몇 년간 시민권을 보장하는 청년의 사회적 안전망들이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정책들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더 구체적으로’ 전달될 필요가 있다. ‘평등한 시민권’은 소득, 거주지 등의 기본적 욕구만이 아니라 그 이상을 필요로 한다. 다만 정책 설계과정에서 잊지 말아야할 원칙도 있다. 청년들의 사회적 안전망은 시혜와 배려의 관점이 아니라, 권리와 평등의 관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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