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곡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여름이라 등골이 오싹해질 괴담이 필요했던 걸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120시간 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 52시간제가 실패한 정책이라 말했다.

한국의 연간근로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2-3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청소노동자는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망했으며, IT업계, 택배노동자, 드라마 스태프 등 수많은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으로 사망했다. 살인적인 노동시간은 업ㆍ직종 가리지 않고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주 52시간제의 적용을 두고 한국은 2018년부터 사업장 규모를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해왔다. 장시간 근로와 사업장의 규모가 연관성이 있지 않지만 주 52시간제 시행은 만연한 야근문화를 해체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이다. 주 52시간제의 목표는 일자리 증가가 아니며 노동자의 삶의 균형을 지키고 건강권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오히려 그가 말한 주 120시간 근무는 노동자를 더 고용할 여지를 없애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견고히 할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노동법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다.

윤 전 총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청취하고 그대로 전한 것뿐이라고 했지만 대다수의 청년이 처한 노동현실은 삭제 한 채 청년을 납작하게만 보고 있다. 보통의 청년들은 고용주와 동등한 입장에서 노동시간과 근무조건을 선택할 수 없다. 120시간 바짝 일하고 다음주에 노는 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청년이 처해있는 위치와 일터 현장에 대한 무지에 헛웃음만 날 뿐이다.

윤 전 총장의 ‘아무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 대다수의 합의를 얻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고용상의 차별을 금지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황당한 발언을 늘어놓았다. 기본권 보다 ‘노동자를 차별하여 고용할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톱니바퀴 속 부품이 아니다. 정치를 하려거든 인권에 대한 기본적 이해부터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 후에 국가를 말하고 시민을 말하기를 바란다.

2021년 7월 21일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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