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받기]

photo_2015-07-08_19-54-35.jpg

photo_2015-07-08_19-55-53.jpg

부당해고 당사자 발언문(청년유니온 김영 조합원)

안녕하십니까, 롯데호텔 해고된 청년노동자 김영입니다.
 
2014년 3월 롯데호텔 측으로 부터 일방적인 계약만료 통보, 즉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혼자서 지방노동위원회에 찾아가 떨리는 손으로 직접 구제신청서를 작성해서 접수했고, 그 이후 청년유니온 및 노무사님과 함께 부당해고에 대한 싸움을 계속해 왔습니다.
 
20대 초반의 평범한 청년이 행정관청에 찾아가서 서류를 접수하고 검은 양복의 조사관들을 대하는 것, 기억하기 싫은 당시의 상황들을 계속해서 떠올리고 대기업을 마주하는 것은 엄청난 심리적 중압감을 견뎌야 하는 일이였습니다, 재벌 대기업과 법적인 싸움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지고 소진되는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후회하는 마음도 조금은 들었습니다. ‘그냥 부당해고니 뭐니 생각하지 말고 다른 일자리 구할 그랬나. 좋은 사회경험이라고 침 한 번 뱉고 끝낼 걸 그랬나. 아니 그냥 그 때 롯데호텔이 제시한 거액의 합의금을 받고 소송 취하할 걸. 영웅인척 하지말 걸.’
 
해고당하던 날, 당시 롯데호텔에서 같이 일하던 주임님들과 인턴, 알바, 실습형태의 같은 20대 또래들에게 “나는 이 싸움을 하겠다, 명목상 일용직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필요 없어지면 함부로 단물 빠진 껌 버리듯이 쫓아 낼 수는 없다, 대기업이 20대 청년들의 순수한 노동을 잡초 밟듯이 짓밟을 수 없다. 싸움에서 이긴 뒤, 롯데호텔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라고 약속했었습니다. 그리고 중노위에서 승소판정을 받던 날,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위로와 격려의 말들을 건네며 기뻐했습니다.
 
‘그래도 노동위원회라는 곳이 사회적으로 약한 청년노동자들의 권리와 권익을 지켜주는구나. 행정소송으로 넘어가더라도 행정법원이라는 사법부가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하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의 예상은 맞지 않았습니다. 행정법원은 사측의 손을 들어주며 저와 수많은 청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저는 오늘,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하지 않은 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며 계속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합니다.
 
이 과정이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것 같습니다. 돈 없으면 소송도 못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변호사 선임비용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항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필요한 인지대 345,000원, 송달료 85,200원을 합해 모두 430,000원이 듭니다.

최저시급 5천 몇 백 원 겨우 받으며 일하는 저의 주된 식사메뉴인 모든 김밥 값, 편의점 도시락 값, 컵라면 값, 창문 없는 1평짜리 고시원 방세마저 포기하거나 아껴야하는 굴욕감과 서러움을 떠안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반드시 이 싸움을 이겨서, 행정법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걸 밝히겠습니다. 그리고 롯데호텔이 20대 청년노동자에게 가한 부당한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년 12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인정판정이 있던 날, 제 일기장에 적은 몇 구절 읽으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오늘 세종시에 있는 중노위에 노무사님과 다녀왔다. 서울에 도착하자 문자가 한 통 왔다. 이 사건이 롯데호텔의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는 중노위의 문자였다. 정말 정말 기뻤다. 롯데호텔에서 일했던 지난날들이 생각났다.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주임님들과 일하고 싶다.
 
특히 일과 끝나면 냉장고 구석에 숨어서 호텔 뷔페식당에 남겨진 음식들, 랍스터, 만두, 초밥, 새우튀김, 빵들을 같이 일하던 친구들과 나눠먹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냥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