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최저임금 6,030원 결정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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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6,030원(8.1%, 450원 인상)으로 결정 되고 1시간 뒤, 기절한 듯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참 많은 분들이 저의 건강을 염려해주셨는데, 저는 아주 푹 잤고, 아주 건강합니다. (응?)


6,030원. 만감이 교차하는 숫자입니다. 4월 30일 노동자위원으로 위촉 된 이래 짧은 시간이나마 많은 분들을 만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각자의 삶을 통해 저에게 전해주신 이야기는 제각각이지만, 저는 한가지 절박함을 읽었습니다.


오늘의 생존을 넘어, 내일의 희망까지 품을 수 있는 최저임금이 되어야 한다…. 되뇌이고 되뇌였습니다. 이 다짐을 생각해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진한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서 우리가 힘을 모아 함께 만든 이 결과를 귀중히 책임지려 합니다. 6,030이라는 숫자 앞에서 우리가 지난하게 싸우면서 걸어 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생각합니다.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의 외관은 마치 교도소 같습니다. 사진으로도 보셨겠지만 회의장 안 쪽은 저랑 안 어울리게 쓸 데 없이 근엄하고 답답합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절박한 염원을 담기에는 외롭고 쓸쓸한 공간입니다. 이 외로운 공간 속에서 제가 무너지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저를 향해 보내주시는 수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저에게 과분한 지지를 보내고 힘을 모아주신 모든 분들게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감사를 전합니다.


2010년 3월 출범한 청년유니온이 처음으로 선정한 의제는 다름 아닌 최저임금이었습니다. 당시 청년유니온은 시간당 4,110원의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일하는 편의점 청년 노동자의 실태를 알림으로써 세상에 자기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그 이후로도 최저임금위원회의 당사자 대표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중심으로 대학생·청년 단체의 힘을 모아나가며 매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가 2015년에 이르러서는 민주노총의 결단으로 (가맹·산하조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년 당사자의 자격으로 최저임금의 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의 경우 최저임금위원회 입성이라는 큰 부담감을 안고 청년유니온이 주관하는 인상 운동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힘썼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40여 명의 조합원 분들이 함께 하는 사업단을 구성하였고, 전국적으로는 지역지부와 본부가 긴밀하게 호흡하는 활동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과정과 중요한 결정사항들을 청년유니온 내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잘 알려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뜨거웠던 2015년의 최저임금 운동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마음을 내어주셨던 모든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더 강해졌고, 앞으로 더 큰 싸움을 벌여나갈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최저임금 싸움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일들을 정리하러 부랴부랴 사무실에 왔더니 아래의 사진과 같은 편지가 쓰여져 있었습니다. 청년유니온 사무실은 불광역 인근 청년허브에 입주해있습니다. 청년허브는 한솥밥을 먹으면서 일하는 저의 동료들이 있는 공간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운동은 세상을 조금씩 나아지게 하는 무수하게 많은 길 중 하나입니다. 제가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 과정에 주력하는 동안에도 청년허브와 지근거리에서 함께 하는 저의 동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의 변화를 그리는 수많은 싸움들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동료들은 힘겨운 일정과 과제들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제가 최저임금 협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격려해주었습니다. 동료들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저는 후회 없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이 글을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공익위원이 제출한 8.1% 인상안(6,030원)을 표결할 당시 이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퇴장한 두 명의 사용자위원이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최승재 회장님과, 마찬가지로 IT업계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김대준 이사장님입니다. 저는 두 분이 퇴장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 한 편이 아렸습니다.


낮은 최저임금으로 하루하루를 신음하는 청년 노동자의 삶과 그 최저임금조차 주기가 버거워 미래를 비관하는 소상공인의 삶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약자들을 짓밟는데 너무나도 관대했던 우리 사회의 비극입니다. 잘 나가는 대기업은 계속 잘 나가야 한다는 이상한 경제논리는 국민소득 3만불을 앞둔 지금시점까지 이어져 땀 흘려 일하는 평범한 보통의 삶들을 무너뜨려왔습니다.


이 글을 보실 순 없겠지만 소상공인을 대표한 사용자위원 두 분에게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두 분은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 과정에 절박하게 애를 쓰셨습니다. 비록 입장이 달라 회의장 안에서 노동자위원들과, 특히 저와 첨예하게 논쟁했지만, 두 분은 일관 되게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협상에 임해주셨습니다.


저는 최저임금을 ‘일부 저임금 노동자에 지급되는 임금의 하한선’이라는 협소한 의미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기준선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란 비단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기도 한 소상공인들의 삶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과정은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는 과정과 맞물려 가야 한다고 회의장 안팎에서 거듭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소상공인울 대표한 분들과 만남을 이어가려 합니다. 소상공인들의 삶에 필요한 제도적 과제를 놓고 청년유니온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합니다.


글의 말미에서 6,030의 의미를 곱씹습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26만원입니다. 2015년 116만원 대비 약 10만원이 인상 된 금액입니다. 현재 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생존을 위한 기준선에서 적자 상태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 적자 기준선을 흑자로 전환하고, 남은 여백을 인간으로서의 삶과 존엄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입니다.


126만원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고 가야할 길이 많은 금액입니다. 하지만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현재의 삶은 끊임없이 역동합니다. 저는 이 10만원이 고된 취업준비 끝에 오는 커피 한 잔, 영화 한 편의 여유로 기억되길 소망합니다. 집에 있는 자식들에게 짜장면을 사주면서 탕수육도 함께 시켜주고 싶다는 어머니의 간절함으로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단 몇 만원이라도 저축함으로써 불투명한 미래를 조금씩이라도 구체화시켜나가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 작은 소망들이 모여 오늘의 싸움보다 더 큰 내일의 싸움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작은 승리들의 축적은 훗날 큰 변화의 흔적으로 기억 될 것이라 믿습니다. 청년문제 해결의 출발선, 우리 삶의 새로운 가능성, 최저임금 1만원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갑시다.


모든 분들.


정말로,

고맙습니다.


2015년 7월 9일.

청년유니온 위원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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