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4


저는 웹디자이너입니다

저는 인터넷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하는 웹디자이너입니다. 얼마 전까지 십 여명 규모의 작은 IT기업에서 3년 정도 일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IT와 디자인직’ 이라고 하면 둘 다 아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잘 알려져 있잖아요. 제가 다녔던 직장도 마찬가지였어요.

계약서의 퇴근 시간은 거의 지켜진 적 없는 일상적 야근, 회식 날짜를 당일에 잡고 본인의 사적인 업무를 마음대로 시키는 제왕적 사장님, 아무리 야근을 많이 해도 추가 수당이 없도록 설계된 포괄임금제, 공휴일에 쉬는 것을 퉁 쳐서 별도의 연·월차가 없는 곳, “결혼은 언제 하니?, 너 나이가 30살이야.” 하며 농담을 가장한 괴롭힘이 난무하는 헬조선의 흔한 중소기업이었죠.

동네친구가
노조친구가 되었어요

이렇게 일하는 곳이 워낙 영세하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일터의 불평이나 사회의 불만을 표현하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리 이야기해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친구들은 다 안다는 눈치로 내 얘기에 관심이 없거나, 그저 불평불만이 많은 비관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고, 내가 더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만 평가되더라고요.

그렇게 고민만 쌓여가던 중 비정규직도, 구직자도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청년유니온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청년유니온을 만나 조합원 모임인 동네모임에 참석하고 조합원들과 함께하며, 여태 혼자 분노하고 고민해왔던 일들이 나에게만 있었던 일이 아니었고, 내 탓이 아니었단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서로 일터의 문제를 나누다보니 같은 일터는 아니지만 다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고, 함께 위로를 하다보니 이상하게 용기 같은 것이 생기는 거에요.

청년유니온 동네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원들 © 청년유니온

“좋은 노조친구들을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오늘의 이 기분으로 한 달을 행복하게 지내고 다음 달에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어느 조합원이 남긴 모임 후기인데, 항상 조합원들을 모임에서 만나고 헤어질 때 마다 저 역시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청년유니온 동네모임 조합원 후기 © 청년유니온

사실 청년유니온에 가입하고, 처음 회사에서 연말정산을 했을 때, 기부금 내역에 ‘노동조합비’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 너무 깜짝 놀랐어요. “아니,사장님이나 누가 보면 어떡하지?” 같은 두려움이 생겼어요. 그런데 유니온 활동을 하다 보니 일하는 사람이 노동조합에 가입한다는 게 너무 당연한 권리인거예요.

노트북에 붙인 노조액션 스티커, ‘청년에게 노동조합을!’ ‘칼퇴제일’ © 청년유니온

그래서 나중엔 키보드랑 책상에 “애사심은 휴식을 먹고 자란다”, “청년에게 노동조합을” 이런 스티커를 막 붙여놨었죠. 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든든한 노동조합과 노조친구들을 만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함께하면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게 돼요

저에게 청년유니온은 친구들을 사귀고, 일터의 괴로움을 나누는 공간을 넘어서, ‘우리가 함께하면 진짜 바꿀 수 있겠구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요.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기간 동안 조합원들과 왜 최저임금이 올라야 되는지, 얼마나 올라야하는지를 함께 토론하고, 직접 거리에 나가서 다른 청년들의 의견은 어떤지 확인하고, 그것을 최저임금위원회에 전달하는 것을 통해서 현실에 불평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올해 초, ‘tvN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을 접하고 청년유니온이 함께 문제해결에 나설 때에도, 사회초년생으로써의 청년,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는 청년으로써 많이 공감되었어요. 저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함께 슬퍼하고 안타까움을 나누었고 같이 인터넷에 이 내용을 공유하고, 편지도 쓰고, 추모제에 참석하고 크고 작은 실천을 함께하여 전례없는 대기업 총수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어요.

5/1 노동절, 대학로에서 진행한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추모 퍼포먼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 청년유니온

이게 당장 내가 다니는 직장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나씩 바꾸어 가다보면,내가 일하는, 앞으로 일하게 될 곳들에 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돼요. 그래서 뿌듯하기도 하고, 희망을 가지게 되기도 하구요.

여긴 안 망하겠구나

청년유니온을 함께하며 유능한 누구, 활발한 몇 명이 이 많은 일들을 해 나가는 게 아니라, 동네모임에서 부터, 한 명 한 명의 조합원들이 함께 나누고 만들어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 ‘여긴 안 망하겠구나’, ‘우리가 바꿀 수 있겠구나’ 싶은 거죠.

일하고 꿈꾸고 저항하는 청년들의 노동조합, 우리는 청년유니온입니다. © 청년유니온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청년유니온을 만나 저처럼 고민을 나누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같은 희망을 나누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