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9


서울시 청년정책,
어디서 왔을까?

서울시 청년활동지원 사업(약칭 ‘청년수당’)

청년희망두배통장

취업날개 면접정장대여 서비스…

서울시민이 아니더라도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서울시의 대표적인 청년정책들, 이 정책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당사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으로 각광 받는 이들 정책은 어느 특출 난 공무원의 작품이나 소수의 연구자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바로 그 정책이 필요한 당사자이자 수혜자인 서울시에서 살아가는 청년 한명, 한명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청년들이 직접 시의회에 한명 한명 청년의원으로 나서 고민을 나누고 서울시에 의견을 내고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서울시 청년의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기발한 정책 제안으로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시 정책의 젖줄 역할을 하며 주목받고 있는 서울시 청년의회는 2017년으로 세 번째 회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일자리를 넘어 삶으로, 숫자가 아닌 자존으로’ 2017 서울시 청년의회 ⓒ서울시 청년정책 네트워크

이렇게 청년의 제안으로 만들어지는 청년정책과 참여의 장인 청년의회, 그 시작은 2013년 맺은 ‘서울시-청년유니온 사회적 협약’이었습니다.

2012년 8월, 서울청년유니온은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문제와 청년이 겪는 각종 어려움을 서울시부터 먼저 나서서 함께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서울청년유니온-서울시 간의 사회적교섭을 제안하였습니다.

이에 서울시가 화답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각종 간담회와 논의과정을 거쳐 2013년 서울시-서울청년유니온 청년 일자리 정책 협약이 맺어지고, ‘서울시 청년 일자리 조례’가 제정되었습니다.

‘청년유니온, 원순씨와 밀당 중’ 2012년 청년유니온이 서울시에 사회적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 청년유니온

이를 계기로 청년유니온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이 함께하며 청년 일자리 정책을 넘어 주거문제, 부채문제 등 다양한 청년문제가 서울시와 함께 논의되어 ‘서울시 청년지원 기본조례’로 발전하였고,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를 비롯한 청년들이 서울시의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이 열려 서울시 청년의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당사자의 참여로 만드는 청년정책, 청년유니온을 통하여 일상 속 청년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를 알게 된 저는 ‘서울시 청년일자리정책 모니터링’팀(이하 ‘일자리 팀’)의 일원으로 2017 서울시 청년의회에 함께하였습니다.

나는, 취업률이 아닙니다

우리 일자리 팀은 지난 시기 청년들이 제안했던 일자리정책들이 실제 어떻게 시행되고 작용하고 있는지 검토하는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사업이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는지, 문제점들은 없는지 등을 꾸준히 살펴보며 정책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방안을 고민하였습니다.

모니터링 결과 긍정적인 점도 있었습니다. 면접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취업날개 서비스는 이용자가 2배 이상 늘고 만족도도 높아 지점이 확대되기도 했고, 공공일자리 제공 사업인 뉴딜 일자리 사업을 통해 일경험을 가지며 다음을 모색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했다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2017 서울시 청년의회 일자리 팀원들과 모니터링 활동 ⓒ 청년유니온

하지만, 이러한 청년들의 이야기는, 정책의 성과지표로 이야기되는 ‘취업률’ 앞에서 무색해졌습니다. 사회초년생의 현장 일경험을 통한 교육을 위해 진행된 청년 뉴딜일자리사업은 ‘참가자 2명 중 1명 취업 성공’ 등의 보도자료로 성과를 자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던 일과 다른 일을 하게 되기도 하고 무시를 당하고 열악한 근무여건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청년을 위한 뉴딜일자리가 아닌, 뉴딜일자리 사업을 통한 취업률 높이기에 청년들이 소모되고 있던 것입니다.

청년 한명 한명의 진지한 고민과 적성, 그를 지키기 위한 수고들은 그러한 청년의 현실 보다는 수치와 숫자로 표현되는 성과에 압도되어 사라지고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모니터링 결과를 2017 서울시 청년의회를 통하여 시장과 시의회 의원들 앞에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나는, 취업률이 아닙니다
숫자가 아닌,
우리의 삶을 보는 정책을
요구합니다

“나는 취업률이 아닙니다.” 2017 서울시 청년의회 일자리 팀 발표 ⓒ 청년유니온

이에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숫자 맹신주의, 우리의 성과를 숫자로만 표현해 전달하는 이 자세를 시정해야한다 생각했는데, 그 점을 지적해줬습니다” 라고 화답하였고,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 국장은 뉴딜일자리 사업의 보완을 약속하였습니다. 이후 실제 모니터링팀으로 활동한 청년들의 참여로 정책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각만 하면 관념으로 머물지만, 행동하면 실체로 남는다’ 는 말도 있습니다. 당사자가 만드는 청년정책 역시 청년 한명 한명이 행동하고 참여하며 상상이 아닌 실제가 되었습니다.

그런 상상 해봤나요? 청년정책을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는 거예요.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가 제일 잘 아니까, 그 목소리를 실제 공무원들과 시의회가 귀기울여 듣고 정책을 만든다면, 그래서 우리가 제안한 정책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그 감회는 좀 특별할 것 같지 않나요?

사실 그 일은 특별한 무엇이 아닌, 우리 한명 한명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고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 경험, 함께 해보지 않을래요?

글 | 청년유니온 조합원 ‘안나’